스쿨 라이프

천하제일 간 큰 녀석들 이해하기

ssensseii 2024. 11. 19. 11:24

 

20224월 우리반 녀석들 3명이서(2학년) 간도 크게 고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선생님께서 준비해두신 간식을 한 줌 쥐고 나와 먹다가 다른 학년 선생님께 들켜서

인계되어 왔다....

한 녀석은 인계되어 오기 전에 밖에다 버리는 증거인멸 시도까지 했다고 데리고 오신

선생님께서는 열을 내며 말씀을 해주셨다.....

아이구.......ㅜㅜ

왜 갔냐고 물어보니 평소에 언니랑 오빠가 그 학년이라서

자주 그 반에 놀러를 갔단다.... 그래서 가끔 간식을 같이 받았는데

오늘따라 젤리가 많이 먹고 싶었다고 했다....

3명 모두 젤리가 먹고 싶었는데 한명이 용기를 내서 가자고 하니

나머지도 따라 갔단다.....

 

잠시.... 10년 전 쯤의 일이 떠 올랐다.....

우리 학교에 진짜 물건을 훔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1학년 아이었다.

당시 생활지도 담당이라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했기에..... 진술용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훔치다'

그래.... 훔친거는 맞지.....

그래도 그 아이는 그게 마음속에 상처가 많이 되었었나 보다...

2018년 쯤인가.... 선후배들과 맥주 한두잔 하고있는 자리에서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많이 되었다고 했다.

그 아이의 형과 누나 모두 내가 담임을 했고 아이의 집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변명 같지만 설명을 하고

상처를 줘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니와도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아이의 어머니도 선생님이 아이의 마음을 풀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오히려.... 그런일이 있으면 빨리 연락이 했어야지

왜 이제서야 연락을 했냐고 했다....

지금이라도 응어리진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잊고 있었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단어 하나가 비수가 될 수 있고 꿈을 키우는 양분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과의 적시성도....

이런 생각들이 오늘 우리반 명랑소녀들을 보니 다시금 떠올랐다.....

아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훔쳤다'라는 말 만은 쓰지말자!!!

라고 다짐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요즘 내 마음이 많이 강팍해지다보니

단어 선정이 많이 사실적이고 싶어져 타학급 무단침입, 간식 절도, 범죄 은닉이런 단어들을 마구마구

쓰고 싶어지긴 했지만.....

아무튼 고작 2학년 짜리가 알아도 뭘 얼마나 알고

도덕도 안배우는데 도덕적 가치판단을 해도 뭘 얼마나

잘한다는 말인가 싶어....

반성문을 쓰고, 고학년 선생님께 사과의 편지를 써서

그 선생님께 진심으로 용서를 받고 오면 나도 용서를

해주기로 했다.

엄하게 혼쭐을 내주시기를 부탁 드렸는데.....

그 선생님께서는 생활 지도를 잘 하시고 돌려보내 주셨다.

아이들과는 왜 내 것이 아닌 것을 함부로 가지고 오면 안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그 선생님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다....

훔치다는 말을 쓰기 싫어서.... 설명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ㅜㅜ

초임 시절이나 우리애가 우리반 아이들보다 어릴 때는

나도 아이들을 꽤나 엄하게 대했던 것 같다.

최대한 잘해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엄하게 대할 때는

나름 한 두려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애들을 보면

'아이고.... 우리애도 저만할 때 더 했는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들어서

딱히 엄하게 하기가 그렇다 ㅜㅜ

"애들이 다 그렇지..... 애니까 그렇지........"

예전에 초임시절에 50세 이상 되시던 선배 선생님들께서

왜 그런 말씀들을 하셨는지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간다.....

아무튼 이 명랑소녀들은 용서도 받고 나와의 상담도 마치고

오늘 일은 지나간 과거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 안하기로 했다

대신 월요일부터는 모범이 된다고 약속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간식이 먹고싶어요...." 그래서 나는 나름 건강을 생각해서 통밀로 만든 건빵을 사줬더니만.....--;

건빵의 부작용인가보다....

나도 젤리나 초코렛을 사줘야겠다....

주말에 마트에 가면 젤리나 한박스 사봐야겠다 ㅎ

 

나도 사람이고

너도 사람인데

같은 사람끼리

서로 상처 주지말고

상처 받지 말고

가르치고 배우자 ^^